열자(列子)에서 말하길, 옛날 기(杞)나라 사람들은 유독 걱정이 많아 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니, 우스운 일이 아니던가.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땅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사카사키 나츠메가 생각하는 아오바 츠무기는, 참 불필요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다.
  나츠메가 생각하기에, 쓸데없는 걱정으로 힘을 빼는 것보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없다.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것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까지 고루고루 잡아서 걱정을 하는가? 세상을 살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나?
  그런 점에서, 그의 연인인 츠무기는 참 낭비의 미덕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나츠메 군, 당장 이 신발을 샀다가 내일 아침에 익숙지 않은 신발 탓에 넘어지면 어쩌지요? 나츠메 군, 이 책을 샀다가 책 모서리에 발등을 찧는다면 어떡하죠? 그러니까, 나츠메가 살아오면서 본 사람 중 가장 기우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츠무기란 소리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평소의 츠무기답지 않게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에 예약을 잡고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게 해준 연인을 보면서 나츠메는 꽤 경계하고 있었다. 이 둔하고 눈치 없는, 요령까지 없는 선배는 늘 그럭저럭 잘 해내가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핀트가 엇나가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다.
  그런 모습을 한두 번 보았던가, 노골적으로 경계를 하는 나츠메를 보면서 츠무기는 곤란하다는 듯 웃어보였다. 조금이라도 좋은 분위기에서 말하고 싶어서, 수십 명의 의견을 들어가며 겨우 식당을 선정하고 신경 써서 옷을 입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 걸까. 기가 죽은 츠무기를 보는 나츠메는, 명백하게 털을 부풀리고 있는 고양이처럼 보였다.


  “헛소리라뇨! 다름이 아니라…….”
  “선배가 다름이 아니라, 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80% 가량은 늘 헛소리였.”
  “……나츠메 군 안의 저는 정말 그 정도로 구제불능인가요!?”
  “그걸 이제 알았어?


  새침하게 대답하는 나츠메의 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성의 없이 휘젓는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 어서 말하라는 듯, 재촉하는 시선을 보면서 츠무기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의 앞에는 나츠메의 것과는 다른, 냉수 한 잔이 있었지만 타는 목에도 불구하고 그 물을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는 가끔, 나츠메 군. 나츠메 군이 제 옆에 없는 상상을 하곤 해요.”
  “미쳤어?
  “아니,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그러니까 저는……,”


  손에 쥔 행복이 너무 커서, 그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무서워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될지. 말을 고르며 얼굴 표정을 가다듬는 츠무기를 보면서 나츠메는 뒷말을 기다린다. 츠무기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일단 들어나 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나츠메 군이 없는 나날이 무서우니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츠메 군이 제 옆에 있어줬으면 해요.”
  “…….”
  “나츠메 군과 더는 같이 식사를 할 수 없게 될 미래가 두려우니까. 하루라도 많이 나츠메 군을 위해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싶어요. 앗, 나츠메 군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지만요. 조금 타거나 맛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장난해?
  “하하, 나츠메 군은 늘 그렇게 모난 소리를 하네요……. 음, 그리고 또. 아침을 먹은 다음에는 같이 산책을 나가거나. 책을 읽거나. 그런 순간들이 일상이 됐으면 해요. 우리가 언젠가, 그런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게 될 순간이 두려우니까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부재하게 될 순간이 두려워서. 그렇게 배우게 된 두려움이 너무나 커졌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츠무기를 보면서, 나츠메는 어김없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참, 할 짓이 없어서 별 걸 다 걱정하고 있다고.
  문제는, 그런 걱정들에 따라오는 결론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쁘지 않다 뿐인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결론들이었다.


  “그러니까 나츠메 군, 저는…….”

  더듬더듬, 막상 이야기를 시작해놓고선 그 마무리를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처럼, 츠무기는 끝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초조하게 손끝을 매만진다. 불안하거나, 머릿속이 정돈이 안 될 때면 늘 그런 행동을 하곤 하는 제 연인을 보면서, 나츠메는 그 답지 않게 드물게 연인의 말을 끝까지 기다렸다.

  “……두려우니까, 나츠메 군과 지금부터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말이.”
  “괜찮나요?”

  조금 떨리는 손으로,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은 이야기의 중반에 와서는 거진 예측한 작은 보석함이다. 닫힌 보석 상자 안에 무엇이 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나츠메는 보란듯 한숨을 쉬었다.

  “앗, 나츠메 군. 그, 혹시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한숨을 쉬는 모습을 놓치지도 않고 봐선, 급하게 묻는 츠무기의 목소리에 한숨 아래로 웃음이 섞여 나올 것 같은 기분. 정말, 둔하고 답답해서,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들고 와선, 어서 칭찬해달라는 것처럼 속내도 감추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니. 되려 심술을 부리고 싶어지지 않나.

  “그런 거 아니니까, 하려는 이야기 계속해.”
  “그…… 뭔가 업혀가는 기분이 드는데요. 나츠메 군. 그래도… 나츠메 군, 나츠메 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어요. 저랑 결혼해주실래요?”


  얼떨결에 뱉어낸 청혼은 그래도 진심이라.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는 염려와는 다르게, 불행퇴치의 기원이나 행운의 상징과는 관련이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만약, 츠무기가 나츠메에게 그런 반지를 내밀었다면 프러포즈고 뭐고, 다 뒤집어엎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어쩐 일로 행운이나 부적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
  “고민은 했었지만 어쩐지, 그런 반지를 가져오면 나츠메 군에게 잔소리를 듣는 정도로 안 끝날 것 같아서요.”

  영영 발전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도 계속 갈구다 보면 발전은 하긴 하는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저를 파악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린 츠무기를 보면서 나츠메는 그의 손을 당연하다는 듯 내밀었다.
  

  “끼워.”
  “네네, 잠시만요.”


  나츠메의 하얀 손을 붙잡은 츠무기는, 조심스럽게 나츠메의 넷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준다. 나츠메 몰래 반지를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여가면서 손가락의 치수를 재려 했는지. 나츠메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손에 꼭 맞는 반지를 보고 츠무기는 꼭 제 손가락에 반지가 맞는 것처럼 만족스럽게 웃었다.

  “잘 어울리네요, 나츠메 군. 다행이에요.”
  “썩 나쁘진 않. 그 안목으로 이렇게까지 고른 건 칭찬해줄.”

  반지를 선물 받아서 기쁘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귀여울 텐데. 부끄러운 탓인지,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대신 묘하게 가시가 삐죽삐죽한 말을 해버리고 마는 나츠메를 보면서 츠무기는 여전히 웃었다. 나츠메가 그렇게 말은 해도,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츠무기는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쭉,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소리를 입 아프게 하고 그러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계속 옆에 있을 거니.”

  지금 와서 무르는 소리를 하면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라는 눈빛을 한 나츠메는 고집스러웠다. 그 얼굴이, 츠무기가 사랑하는 나츠메의 얼굴다워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걱정을 멈추기 위하여 함께 한다는 것은, 츠무기다운 이야기였으나 무언들 어떠랴. 모르는 척, 그 이야기에 어울려줄 정도의 아량은 나츠메에게 있었다. 모처럼 답지 않게 깜찍한 이야기를 들고 온 연인을 위하여.